외환은행 불법매각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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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년 외환은행 매각과 그에 따른 각종 논란, 그리고 론스타의 조세 포탈 등 각종 문제들을 정리해 보았다. 아래 내용은 <오마이뉴스>의 2008년 10월 23일자 기사를 취사, 편집, 추가한 것이다.

`민영화` 논리에서 시작

2002년 벽두 김대중 정부는 시중은행들에 대한 민영화 계획을 발표한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 때 공적자금 투입으로 정부가 보유하게 된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민영화 논리가 대개 그렇듯이 당시에도 은행의 '주인'을 찾아줌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외환은행의 경우는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았음에도 정부 지분이 43.2%에 달해 안팎의 매각 압력이 높았다.

하지만 외환은행은 부실한 은행이 아니었다. 반면 부실한 은행으로 판명되면 (론스타와 같은)산업자본이 무제한으로 은행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팩스 한 장이 날라온다.

의문의 팩스 한 장

2003년 7월 21일, 론스타외환은행에 투자제안서를 제출한 한 달 뒤 금융감독원 앞으로 5쪽 짜리 문서가 팩스로 날아왔다. 외환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자기자본비율이 6.16%에 불과하다는 내용이었다. 'BIS자기자본비율'이란 은행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정한 자기자본비율의 국제 기준으로 8%로 규정돼 있다.

뒤에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당시 금감원외환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을 9.14%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팩스를 받은 금감원은 팩스의 내용대로 비율을 수정해 금융감독위원회에 보고했다. 결국 팩스 한 통으로 외환은행은 우량금융기관에서 순식간에 부실금융기관으로 추락한 것이다. 그리고 금감위는 이 보고를 바탕으로 두 달 뒤인 9월 26일 주식보유한도를 초과하는 론스타의 지분 취득을 승인했고 결국 10월 31일 론스타외환은행 지분 51%를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정말 믿기지 않는 사실은 이 팩스의 실체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베일에 싸여있다는 점이다. 이 보고서의 원본에 해당하는 결재문서 조차 남아있지 않으며, 이 문서를 보냈다고 외환은행 측이 주장하는 허모 차장은 2005년 8월 간질환으로 사망했다. 따라서 이 문서가 누구의 지시로, 또 어떤 근거로 작성되었는가 하는 의문은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고 있다.

검찰의 수사, 이헌재

의혹이 불거지자 검찰은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었던 변양호외환은행이강원외환은행 매각을 위해 론스타코리아 대표였던 스티븐 리 등과 공모했다고 보고 두 사람을 구속 기소했다. 스티븐 리는 미국으로 도주한 상태다.

그러나 이런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한 금융계의 시각은 냉소에 가깝다고 한다. 경제부처의 일개 국장이 주도했다고 보기에는 사안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헌재 전 부총리가 이번 사건에 개입돼있다는 의혹에 눈길이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전 부총리는 당시 론스타 측 법률대리인이었던 김&장 법률사무소의 고문으로서 외환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심사하는데 자문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리 전직 재경부장관이었다 해도 일개 법률사무소 고문에 불과했던 그에게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배경에는 이른바 '회전문 이론'이 자리하고 있다. 재경부장관에서 물러나 법률사무소의 고문을 맡고 있는 처지이긴 하지만 언제 다시 장관이나 총리로 돌아올지 모르는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는 2004년에 다시 부총리겸 재경부장관으로 돌아왔다.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검찰은 2006년 그의 계좌를 압수수색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는 듯했다. 이른바 '이헌재 사단'으로 불리는 재계의 실세들에 대해서도 수사망을 넓혀갔다. 구속 기소된 변양호는 물론, 당시 금감위 국장으로서 론스타외환은행 인수 자격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진 김석동 등 그의 경기고 후배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그해 12월 검찰은 이 전 총리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외환은행 매각' 사건을 둘러싼 재판은 2007년 1월에 시작해 무려 70여 차례의 공판을 거듭하며 2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김진표·전윤철 두 명의 전직 경제부총리가 증인으로 참석해 엇갈린 증언을 하기도 했다.

론스타의 `먹고 튀기`

그렇게 지루한 재판이 계속되는 사이 론스타는 보유하고 있던 지분(64.62%)의 일부를 매각하거나 배당금을 통해 이미 투자원금의 70% 이상을 회수했다. 남은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매각할 경우 차익은 최소 5조~6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투자금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엄청나게 남는 장사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이 차액에 대한 조세부과도 논란이 되어 있다. 론스타 측은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외환은행 노조는 수 차례 이번 매각을 반대해 왔다. 이번 외환은행 매각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시기 `효율성 재고`란 이름으로 외국 투기자본에게 무차별적으로 한국 기업이 넘어간 대표적인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