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의 침입
1218년, 만주는 세 세력이 다투고 있었다. 바로 몽고와 다시 힘을 키운 거란과 금나라였다. 그 중에서 가장 약한 세력은 거란이었다. 거란은 다시 나라를 일으키려 하였으나, 금나라와 몽고와 싸울 힘이 없었다. 거란의 남은 세력은 압록강을 건너 고려의 강동성을 빼앗고 그곳에서 마지막 저항을 하였다. 몽고는 고려에게 연합작전을 제의하였고, 3만 명의 군대를 파견하였다. 고려도 몽고와 함께 거란을 토벌하기 위해서 군대를 파견하였다.
몽고와 고려의 연합군 아래 거란은 손쉽게 무너졌다. 금나라도 곧 몽고의 공격으로 멸망하고 만다. 이렇게 고려와 몽고는 처음에는 사이좋게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몽고는 고려에게 수많은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고려를 힘들게 하였다. 급기야 1225년, 몽고의 사신 ‘저고여’라는 사람이 압록강변에서 강도의 손에 죽자, 몽고는 이것을 고려의 짓이라고 단정하고 국교(나라간의 교류)를 끊고, 고려를 대대적으로 공격하였다. 하지만 이미 몽고는 고려를 공격할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었다. 저고여가 죽은 것은 그저 하나의 핑계에 불과했다.
1231년, 세계 최강 몽고군이 고려에 쳐들어왔다. 몽고군은 살리타이를 최고사령관으로 하여 엄청난 위력으로 한반도 서북부 지역을 쓸어버렸다. 많은 곳에서 고려군의 눈부신 전투가 있었지만, 몽고의 힘은 상상을 초월하였다. 고려 임금은 잠시 화의를 청했다. 몽고는 이것으로 고려가 항복했다고 믿고, 군대를 철수시켰다.
1232년, 고려는 이 틈을 타서 수도를 강화도로 옮겼다. 몽고는 육지에서는 최강이지만, 바다 싸움을 할 줄 모른다. 따라서 강화도에 가 있으면 몽고는 강화도로 쳐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몽고는 다시 고려를 공격하였다. 고려는 힘겹게 맞서다가 처인성에서 몽고의 최고사령관 살리타이를 죽였다. 최고사령관이 죽자, 몽고군은 다시 후퇴하였다.
1235년, 몽고는 다시 고려에 쳐들어왔다. 이제 한반도 서북지역은 몽고군이 나타났다고 하면 사실상 바로 몽고군에 짓밟혔다. 몽고군은 아예 경기도와 평안도 일대에 병사를 주둔시키고 전국을 휩쓸기 시작했다. 1238년에는 몽고군이 경주까지 쳐들어와서 황룡사 9층 목탑을 불태우고 귀중한 문화유산을 수없이 파괴하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지만, 임금은 강화도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1235년에 쳐들어온 몽고군은 무려 4년 동안 고려에 머물면서 수많은 잔악한 행위를 하다가 1239년에 철수하였다.
이후 몽고는 1247년, 1253년, 1254년에도 고려에 쳐들어왔다. 특히 1254년에 고려에 쳐들어 온 몽고군은 무려 20만 명이 넘는 사람을 끌고가고, 1257년까지 고려를 마음 놓고 휘젓고 다녔다.
수 차례에 걸친 몽고의 침입은 기존의 다른 전쟁과는 완전히 달랐다. 세계 최강 몽고군에 맞서 고려군도 최선을 다해서 싸웠다. 그리하여 많은 전투에서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몽고군은 싸움에 패했지만 퇴각하지 않고, 전국을 떠돌면서 성을 점령하고 약탈을 일삼았다. 따라서 한 번 쳐들어오면 몇 년씩 퇴각하지 않고 고려에 머물렀다. 그 동안 고려의 백성들은 몽고군에게 끊임없이 짓밟혀야만 했다.
하지만 고려의 임금과 고려의 실권을 장악한 최씨 무인 정권은 강화도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이는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강화도로 들어간 것에 불과하였다. 오히려 그들은 안전한 강화도에서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전국이 몽고군의 말발굽아래서 고통받고 있었지만, 세금은 꼬박꼬박 거두었다. 백성들은 몽고군의 침략과 무거운 세금으로 인해서 끊임없이 고통을 받았다. 고려 조정은 부처의 힘으로 몽고의 침입을 막아내기 위해서 강화도에서 대장경을 만들었다.
몽고군을 막은 이들은 이 힘없는 백성들이었다. 백성들은 일제히 일어나 몽고군에 저항했다. 몽고군 최고사령관 살리타이를 죽인 처인성 전투도 고려군이 아니라, 백성들이 목숨을 걸고 싸운 결과였다. 노비, 농민, 천민, 도적떼 등 고려에서 가장 신분이 낮고 멸시 당하던 이들이 고려를 끝까지 지켜내었다.
1259년, 몽고에 대항했던 최씨 무신 정권이 붕괴하고, 고려는 몽고에 항복한다. 몽고는 고려를 멸망시키지 않았다. 몽고는 고려를 멸망시킬 경우 다시금 백성들이 목숨을 걸고 일어날 것이라 걱정했다. 세계 최강 몽고군이지만 고려 백성들 전체가 목숨을 걸고 일어난다면 몽고도 이길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고려가 국권을 완전히 빼앗기지 않은 것도 모두 백성들의 끊임없는 저항이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