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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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식과 채권 같은 전통적인 금융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새로운 현금흐름을 가져다주는 증권을 말한다. 선도거래, 선물, 옵션, 스왑 등이 있다. 파생상품의 주요목적은 위험을 감소시키는 헤지기능이나, 레버리지기능, 파생상품을 합성하여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드는 데에 있다. 그러나 파생상품은 2008년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당하고 있다.

장하준 교수의 파생상품 대안

< 시사IN > 이 장하준 교수를 인터뷰한 이유는, 이런 혼란과 기회의 전환기를 올곧게 읽어낼 수 있는 통찰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론적 비판을 감행해온 장하준 교수는 이미 국제사회에서 개발도상국의 이념적 대변인으로 명성이 높다. 지난해 말, 영국의 유력지인 가디언에서 이뤄진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기획에서 제프리 삭스,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세계적 석학과 함께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다음은 < 시사IN > 과 장하준 교수 간 이뤄진 인터뷰 내용이다.

-최근 세계 각국의 정책에는 최소공약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중·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하는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적자재정)죠.

경제 위기 국면에서 정부가 세금을 줄이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며, 돈을 푸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는 수요 촉진을 통한 경기 부양 방안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약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만 하고, 현 시스템의 근본적 문제점들을 교정하지 않는다면, 위기 극복은 불가능합니다. 경기 부양은 시스템 개혁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그 '근본적 문제점'들을 고치자는 주장이 해외 정부에서는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기존 '고삐 풀린 금융'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마저 금융 규제를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영국이야말로) 큰일 났죠. 그동안 영국에서는 탈산업사회론을 내세우면서 '제조업은 희망 없다'는 분위기가 한동안 지속됐거든요. 그래서 제조업 기반이 화학·제약·정유산업 말고는 거의 파괴되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영국 내에서도 '우리가 지나치게 금융에 특화해 이런 비참한 꼴을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영국이 '재미를 봤다'고 하셨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영국의 일부 금융가들만 엄청난 고수익을 누리면서 흥청망청 살았지 대다수 서민은 무척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었지요. 예전에 토니 블레어 밑에 있다가 고든 브라운과 대립하는 바람에 EU(유럽연합)의 무역 담당 커미셔너로 밀린 피터 맨더슨 같은 사람은 최근 '영국도 프랑스처럼 산업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더군요. 영국인들도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망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그럼 이제 '근본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보지요. 선생님께서는 최근 '복잡하게 설계된 파생 금융상품(혹은 복합 금융상품)'의 경우 거래를 사실상 금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너무 과격한 말씀 아닌가요?

금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약품만 해도 식약청의 검사를 통과해서 인체에 해가 없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출시할 수 있잖아요. 금융자산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어떤 학자들은 파생 금융상품을 폐지하는 것은 '퇴보'라고 주장합니다. 그냥 파생상품을 잘 감독해 폐해를 예방하면 된다는 겁니다.

어림없는 이야깁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지금까지는 왜 못했을까요. 워낙 복잡하고 해괴한 상품이 많아서, 이걸 파는 금융회사 임원들도 그 내용을 잘 몰라요. 그냥 돈이 들어오니까 '좋은 상품인가 보다' 했던 거지요. 이처럼 이해하기도 어려운 복합 파생상품을, 정부가 어떻게 감독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감독기관에 많은 우수 인력을 고용해 감독 기능을 대폭 강화할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토록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입하면서 지켜야 할 정도로 파생상품이 사회에 이로운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극소수 금융가에게 엄청나게 큰돈 벌어주는 것 외에는 없어요.

-파생 금융상품에 관련된 사회적 이익보다 사회적 비용이 훨씬 크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비유를 하나 들어볼까요. 예컨대 '폭주 행위'에 대해 '금지'보다 '감독'이 낫다는 주장이 가능할 겁니다. 그러나 폭주 행위를 감독하려면, 폭주족에게서 다른 통행인을 보호하기 위해 길도 만들고 일방통행로도 설치하는 등 사회적으로 엄청난 추가 비용이 듭니다. 그런데 폭주 행위가 사회에 이익을 주는 것도 아닌데 이런 비용을 왜 투입해야 하는 거죠? 그냥 금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처방입니다.

-선생님의 지론인 'BIS(자기자본비율 제도) 개혁'도 본격적인 의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당연하죠. (은행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인) BIS는 '경제 불안정성'을 줄이기는커녕 극대화하는 제도인 만큼 당연히 교정되어야 합니다. 그 제도 때문에 은행들이 호황기에는 오히려 대출을 늘려 경기를 과열되게 하고, 불황기엔 대출을 줄여 경기를 더욱 악화시켰던 겁니다.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의 경우 'IMF(국제통화기금) 개혁'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IMF 문제를 논의하려면 우선 '외환'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 합니다. 최근 한국의 유동외채 비율을 둘러싸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102%, 한국 정부는 75%라고 주장해 논란이 된 것으로 아는데, 사실 75%나 102%나 그게 그겁니다. 이런 수치가 문제가 아니라 외환 문제를 둘러싼 세계적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거죠.

-'외환보유고의 규모' 자체엔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말씀인가요.

기존 시스템에서는 해외 자본이 갑자기 몰려왔다가 어느새 빠져나가죠. 국가 입장에서는 국가가 언제 부도나도 이상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각국이 나름대로 만든 '자기 보험'이 바로 '높은 외환보유액'이었죠. 다시 비유로 이야기하자면, 교통법규(자본 통제)가 사라지자, 시민(각 국가)들은 길에 나갔다가 사고를 당할까봐 각자 비싼 돈을 들여 방탄차(외환보유액)를 구입한 겁니다. 그래서 저는 경화(세계적으로 유동성을 지닌 달러화·유로화·화 등)를 발행하지 않는 세계 대다수 나라에는 자본 통제를 허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권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본 통제라면, 외국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국가가 일정하게 규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겠지요?

외환보유고를 아무리 쌓아봤자 그게 대안이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금융 위기 이전엔 세계의 하루 외환 거래량이 거의 2조 달러에 달했어요. 그런데 세계 1위의 외환보유국인 중국의 외화 자산이 2조 달러입니다. 따지고 보면 중국도 투기꾼들이 마음만 먹으면 외환보유고가 무너집니다. 한국의 2000억 달러로는, 없는 것보다는 나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어림도 없습니다. 한국이나 중국이 각각 2000억 달러, 2조 달러 상당의 방탄차를 타고 다녀도 덤프트럭(외환 투기)이 와서 들이받으면 사고를 피할 수 없다는 이야깁니다. 제가 말하는 자본 통제는, 전세계적으로 규칙을 바꿔서 덤프트럭은 아예 못 다니게 하거나 일정한 시간에만 다니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교통규범을 강화해야지 다 풀어 놓고 '알아서 방탄차나 구입하라'고 하면 안 되지요.

-다시 IMF 개혁 문제로 돌아가죠.

지금 나오는 IMF 개혁 논의는 결국 IMF에 더 많은 자금을 제공해 경제 위기에 처한 국가들을 지원할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 좋은 일입니다. 국가부도의 위험이 줄어들면 각 정부들은 자국 통화의 가치절하를 크게 걱정하지 않고 경기 부양에 나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IMF의 정책 기조가 완전히 바뀌어야 합니다. IMF는 이 기관의 구제금융을 받는 나라에게 흑자재정, 통화긴축 등 경기를 죽이는 정책들을 강요해왔습니다. 빚을 갚아주는 대신 '빨리 그 돈을 IMF에 돌려달라'며 채무국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한 겁니다. 그런데 아직 이 버릇을 고치지 못했어요.

-IMF가 지금까지 해온 일은 사실 악랄한 '추심업체'에 맞먹는 것이었지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아까 말한 국가들의 자본통제, IMF 개혁 이외에도 기업에 적용되는 '파산 처리 절차'를 국가에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미국 파산법의 경우, 기업이 파산 선고를 받으면 이자지급 등을 일단 중지해 회생 기회를 주는 거잖아요. 그런데 서양에서도 파산법이 생긴 19세기 이전엔, 망한 기업주는 빚잔치를 한 뒤 감옥에 들어가고, 나온 뒤에도 남은 빚을 갚아야 했지요.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겁이 나서 사업을 못해요. 그래서 파산법이 생긴 겁니다. 이런 규정이 국가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남미 속담에 '탱고도 두 명이 있어야 춘다'는 말이 있는데, 채무자는 나쁜 놈이고 채권자는 고스란히 다 받아야 합니까, 채권자도 잘못 빌려준 책임을 져야지요. 외채 문제에 대해서도 국가파산 제도 같은 걸 만들어서 잘 조정하는 절차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무역 질서의 '근본 문제점'도 많이 논의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돕는 방향으로 글로벌 경제 규범의 개혁을 요구해야 합니다. 예컨대 개도국은 '유치 산업 보호'를 허용받아야 합니다. 선진국들은 지금도 반칙을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자동차 산업에 '환경 친화'란 핑계로 사실상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지요. 미국·영국은 '환경친화기술 개발금'이라며 자동차 업체에 돈을 주고,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은 노후한 차를 환경친화적인 차로 바꿀 경우 소비자에게 돈을 준다고 합니다. 사실상 보조금이죠.

-녹색성장 이데올로기를 그런 식으로 써먹을 수도 있군요.

심지어 미국은 2007년에 '보조금 규제 더 강화하자'며 WTO에 제안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 제안서에서 미국은 '신용도 낮은' 기업에 정부 돈을 빌려준다거나, '주가 낮은' 기업에 정부가 투자하는 것도 보조금으로 규정해 금지하자고 주장했지요. 그런데 고작 1년 반 만에 '신용도 낮은' GM크라이슬러에 돈을 빌려주는가 하면, '주가 낮은' 은행들에 공적 자금을 투자해 정부 지분을 수십 %까지 늘려놓고 있습니다. 손바닥 뒤집듯이 입장을 바꾼 거죠.

-지금까지 몇 가지 '근본 문제점'을 지적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떨까요. 최근의 논의와 G20 회의를 거쳐 이런 문제들이 개선될 소지는 있는 건가요?

세상이 그렇게 쉽게 바뀔까요. 솔직히 당신이 현 시스템의 수혜자라면 바꾸게 놔둘 겁니까. 1년에 몇 천만 달러 규모의 보수에다, 심지어 기업을 파산시키고 은퇴해도 수십만 파운드 연금을 받는단 말이에요. 이걸 지키기 위해 싸우지 않겠어요?

-저야 싸우지요.(웃음) 그러나 지금은 버락 오바마, 고든 브라운, 버냉키 같은 사람들까지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시스템을 지지하던 사람들도 워낙 망가지니까 예전같이 하자고 하긴 힘들 겁니다. 얼마 전 주주자본주의의 전도사였던 잭 웰치도 '소위 주주 가치는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생각이었다'고 고백했잖아요. 그래도 부끄러움을 아는 거죠. 그러나 광신적인 지지자들은 지금도 '진짜 자유시장'을 하지 않아 망했다고 믿습니다. 미국의 예금보험이나 저소득층 대상 주택금융 제도 때문에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졌다는 거지요. 사실 얼굴 두껍고 광신적인 사람들은 시련을 당할수록 더욱 믿음을 갖고 꿋꿋이 실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욱이 이 문제는 신념뿐 아니라 돈까지 걸려 있으니 더욱 후안무치로 나오는 겁니다. AIG 임원들이 보너스 받는 거 한번 보세요.

-한국에도 그런 '신념의 강자'들이 다수 있어서,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금융 중심지로 나가자는 견해를 꿋꿋하고 용감히 견지하고 있습니다.

남미에는 '교황보다 더 가톨릭 정통파'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남미의 가톨릭이 본토보다 더 과격하고 편협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역시 외국에서 무비판적으로 수입한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바꾸지 못하고 뒷북을 치고 있는 거지요. 오히려 미국은 자기들이 만든 이데올로기지만 현실에 부합하지 않으면 손바닥 뒤집듯 바꾸지 않습니까. 진정으로 실용적인 정부라면 '지금이 기회다'라고 낡은 것을 버리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손바닥 뒤집기'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