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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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제정 배경 및 파급효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법에 의하면 향후 은행, 증권, 보험시장 간의 장벽이 허물어지게 되므로 이하 ‘자본시장통합법’ 이라 한다)은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이라는 허황된 꿈과 한미 FTA 협상에 의해 신금융서비스를 개방하고 국내 금융업종간의 장벽을 해체하고자 하는 미국측의 요구에 따른 졸속법률로서, 기능주의, 규제완화, 겸업허용, 투자자 보호, 네거티브 시스템 도입 등이 그 골자이다.

정부는 입법취지가 국내 5대 증권사의 총자산을 모두 합쳐도 미국의 5대 증권사 총자산의 0.8%에 불과한 국내 직접시장 금융산업의 영세성으로는 외국 선진금융자본 - 무엇이 선진금융자본인지는 명확한 개념이 없다 - 을 극복하기 어렵고 은행권처럼 IMF 구조조정을 거치지 않은 증권사들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것은 정부가 아예 대놓고 증권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선전포고이다. IMF 사태 이후 이미 외국자본이 상당부분 자본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시장의 현실과 한미 FTA 협상타결로 하여 미국계 투자은행(IB, Invest Bank)들의 국내상륙이 임박해 있는 상황에서의 법제정은 미처 국내 자본시장이 경쟁력을 갖추기도 전에 외국계 금융투자회사들의 무차별 공략을 불러올 것이다.

이는 1986년 영국이 Financial Service Act(금융서비스법)제정을 통하여 금융빅뱅을 유도한 결과 영국 국내의 투자은행 90%이상이 미국과 외국자본에 소유권이 넘어가는 '윔블던 효과'가 초래됐으며, 주식시장은 미국계 투자은행에게 주도권을 내어주고, 채권시장만을 겨우 사수할 수 있었던 역사적 사실이 입증해주고 있는 것이다.

덧붙여 "한국의 자본시장통합법은 영국 사례의 10배에 달하는 강력한 위력으로 국내 금융산업의 빅뱅을 초래할 것"이라는 금융당국 고위층의 예언과 한국금융산업 빅뱅의 필요성을 역설한 전금감위원장의 발언 및 최근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국제금융계인사 영입”, “금융회사 대형화 유도”라는 취임 일성을 볼 때 더 이상 예언이나 예상이 아닌 앞으로 다가올 예정된 수순임을 알 수 있다.

법률의 주요내용

법률의 통합 및 개정

자본시장 관련 법률 15개중 6개(증권거래법, 선물거래법, 자산운용법, 신탁업법, 종합금융회사에 관한 법률, 증권선물 거래소법)는 통합(총 449조)하고 나머지는 일괄 개정 정비키로 하였다. 이로 인해 향후 금융법 체계는 은행법, 자본시장통합법, 보험업법, 서민금융관련법으로 구성되며 최종적으로는 ‘통합금융업법’으로 단일화하려 할 것이다.

기관별 규제에서 기능별 규제로

금융회사별로 각각의 법률로 규율하던 체제를 금융업무별(6개 업무 : 투자매매, 투자중개, 집합투자, 투자일임, 투자자문, 신탁업)로 규제하며 4개의 인가업무(매매, 중개, 집합투자, 신탁)와 2개의 등록 업무(일임업, 투자자문업)로 구분하였다.

이렇게 되면 향후 금융회사의 구조는 은행업, 금융투자회사업, 보험업으로 대분될 것이며, 외국계 대형투자은행(Invest Bank)들의 공세에 대비하여 국내 금융회사들이 은행, 증권 보험업을 통합한 대형화를 지향하고 증권사간 통폐합, 금융지주회사 설립, 증권사 또는 자산운용사 인수 등 이합집산이 발생하게 되어 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휩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포괄주의(네거티브) 규제체제로 전환

금융투자상품의 범위를 사전에 열거하여 제한하던 것을 증권, 장외파생상품, 장내파생상품으로 분류한 후 각각의 개념을 추상적으로 정의하는 포괄주의로 전환함으로써 신상품개발의 규제가 사실상 철폐되어 아직 파생상품 관련 경쟁력이 약한 국내 금융회사들의 현실적 한계로 인해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외국자본의 잠식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지급결제 기능의 증권사 허용

지급결제기능의 증권사 허용이라는 것은 현재 은행에서 타행간에도 송금, 이체, 결제 등이 가능하게 되어있는 것을 증권사에도 동일하게 허용, 은행결제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증권사에 허용하면 당연히 보험사에도 허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것이 바로 금융업종간 벽을 허무는 결정적인 단초인 것이다. 이와 관련한 은행권 입장에서의 문제점은 뒤에 논하기로 한다.

업무범위 정비, 확대 및 겸영 허용 등

투자매매, 투자중개, 집합투자, 투자일임, 투자자문, 신탁업 상호간 겸영을 허용하고 투자자가 직접 금융회사를 방문하지 않고서도 금융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투자 권유 대행인 제도를 법적으로 보장해주며, 특히 투자자에 대한 상품설명의 미흡, 누락, 허위설명 등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금융투자회사가 지게 함으로써 투자자 보호제도를 적극 강화하였다.

국내 시장에 미치게 될 영향

외국자본의 국내기업에 대한 적대적 M&A 공세

1998년 이후 우리나라는 일부기업을 제외하고는 외국인에 대한 지분제한이 모두 풀려있는 상태이며, 6개 법률을 통합한 자본시장통합법 내에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한 경영권 방어수단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외국계 IB들의 주된 사업이 국내 증권사들처럼 주로 중개 수수료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M&A 주관회사 역할을 통한 거액의 수수료 수입 또는 직접적인 M&A 사업 참가를 통한 매각차익을 챙긴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M&A에 의한 국내기업들의 침탈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미 FTA 로 인하여 미국 투자자들이 내국인 수준의 보호를 받게 됨에 따라 미국자본이 국내 M&A 시장에 대거 유입되고 국내 우량 중견기업들의 경영권이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최근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간판은행인 ABN-amro가 헤지펀드들의 압력에 의해 해체되거나 외국계에 매각되고 있는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주주중심 경영환경 강화로 인한 자본의 왜곡현상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해 국내기업들은 자사주 매입 등에 자금투입량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며, 기투자된 외국자본들은 자본이득을 위해 배당금 지불율을 증대시키려 할 것이므로 이로 인해 산업자본의 설비투자 부진을 심화시키고 따라서 경제전반의 자금배분 효율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금융세계화의 폐해 심화와 수익의 국외유출

초국적 펀드회사들의 투기성향 강화로 시스템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며, 특히 초국적 자본들의 단기수익 위주의 투자행태는 경제전반의 재분배 기능을 약화시키고,소득 흐름의 왜곡 및 양극화를 초래하여 자산에 대한 개인주의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또한 파생상품에 대해 경쟁력 우위에 있는 외국금융투자회사들이 지급결제 기능까지 보유하게 된다면 엄청난 파괴적 경쟁력을 발휘하여 아직 체질이 약한 국내 자본시장은 속수무책으로 잠식당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시현된 막대한 자본수익은 법에 보장된 합법적인 방법으로 국외로 유출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

제정된 자본시장통합법에서 운용대상 자산에 대한 제한을 사실상 폐지시킴으로써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고객이나 신탁고객에 대해 다양한 맞춤형 상품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원론적 수준의 긍정적 측면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금융업종간 장벽 허물기는 또다시 금융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각 은행들을 생존을 위한 방안 모색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지급결제기능 증권사 허용에 따른 은행권의 위기

시장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증권사의 자금이 은행권 공동결제 시스템에 참가하게 되면 불안정한 단기자금의 성격으로 인해 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증권사에 대한 허용은 보험사 허용으로 이어져 결국 금융업종간 장벽을 해체하는 단초로 작용할 것이고 이는 금융산업의 전면적인 재개편과 함께 또다시 금융노동자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증권계좌(CMA)의 금리경쟁력은 은행계좌를 압도할 것이고 은행은 고객이탈을 방지하기 위하여 증권사와의 금리경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는 결국 역마진을 방지하기 위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금융 이용자들의 금리부담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이미 증권사 CMA계좌 잔고가 전년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여 20조에 달하고 있음.)

특히 증권사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이나 증권사 재직 직원들은 급여계좌를 굳이 은행계좌에 둘 이유가 없으므로 급여계좌의 대이동이 발생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은행고객의 이탈이 심화되어 은행의 대출재원인 저축성, 요구불예금의 붕괴로 인한 은행의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수익 또한 현저하게 감소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기업계열사의 경우 금산분리의 원칙이 사실상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대기업이 증권사와 보험사를 보유하고 있다면 실질적으로 여·수신 및 지급결제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 은행을 소유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간 흡수·합병 등 구조조정 발생가능

겸업이 허용됨으로 인해 은행의 PB고객 및 신탁고객의 이탈현상이 발생하며, 자본시장통합법에서 허용된 금융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부수되는 외국환 업무는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모두 허용됨으로써 은행을 통한 외환거래 축소로 인한 수수료 수입 감소가 야기될 것이다. 투자권유 대행인제도는 은행의 정적인 창구업무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영업력 축소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투자자보호제도 강화로 인해 손해배상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으며 직원들에 대한 교육훈련에 따른 비용이 증가하고 고객에 맞는 자산포트폴리오 설정을 위한 고객관리 시스템 구축에 소요될 투자비용도 별도로 요구될 것이다.

따라서 금융투자회사를 보유하지 않은 은행들 즉, 지주회사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전통적인 여·수신 위주의 단종 은행업만 영위하는 은행의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시장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으며, 지방은행의 경우에는 지역자금이 대형증권사로 이동함으로써 유동성 및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들에 대한 자금지원이 어려워 질 수밖에 없어 지역경제는 침체되고 따라서 지방은행들의 실적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것이다. 이로 인한 은행권의 흡수·합병 등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그간 자본시장통합법과 관련한 언론기사들을 보면 90%이상이 지급결제기능의 증권사 허용문제에 집중하여 마치 은행권과 증권사간에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으로 비춰왔다. 그러나 자본시장통합법의 본질은 지급결제기능과 하등의 관계가 없으며 증권사의 은행공동 결제망 참여 문제는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어왔던 묵은 숙제일 뿐이다.

그러면 왜 지급결제기능의 증권사 허용문제가 자본시장통합법 제정과 함께 전면에 부상되었을까?

앞서 언급했지만 이법의 입법취지에 증권사 구조조정의 필연성이 내포되어 있었고, 이에 대해 이번 기회를 통해 해묵은 숙제를 사석을 활용하여 빅딜로 추진한 보이지 않는 조직적인 힘이 작용했고 감독권 확대라는 이기적 결단을 내린 한국은행이 합세하면서 힘있는 자의 전리품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은행권은 또다시 위기의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이에 대한 개선책은 반드시 강구해야 한다.

외국자본의 힘에 밀려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포장된 무조건적인 통폐합, 대형화, 구조조정은 그들의 구미에 맞는 시장을 만들어 헌납하고 경제주권의 상실, 경제종속을 야기할 국가적 불행이자 재앙이다.

따라서 국내시장 보호를 위한 법률보완작업은 필히 추진되어야 한다. 우선 외국자본에 의한 국내기업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들(차등의결권, 황금주, 포이즌필 등)이 명문화되어야 할 것이며, 한국판 엑슨플로리오법(법안명「국가안보에 반하는 외국인 투자규제 법안」)등도 반드시 제정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10년전, 세계화의 덫에 걸려 겪어야 했던 혹독한 시련의 악몽을 쉽사리 지워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