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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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 대중들에게 공감되고 다가가는 영화의 총칭. 독립영화나 작품영화, 다큐영화 등은 대중영화의 장르에 포함시키기도 하지만 필자는 제외하도록 한다. 대중영화와 대칭되는 의미로는 아방가르드가 있다.
  • 대중영화는 '대중문화'라는 큰 범주 안에서 '영화'라는 소범주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현대사회와의 관계

  • 대중영화는 대중문화의 테두리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적 경향을 일정 부분 반영한다. 그리고 사회적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 (물론 대형 보급사를 끼고 있는 경우는 예외다.)
  • 그러나 대중영화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기록하거나 사회적 쟁점을 중립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형식과 논리에 맞춰 재구성하는 것이다.(예를 들어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처참함을 아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결국 말해주는 것은 휴머니즘과 가족주의, 미국 애국주의이다. 과거의 사건을 그럴 듯하게 재연함으로써 이 영화가 강조하는 미국적 가치가 실제적인 것인 양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다.)
  • 그래서 검열제도가 만들어졌다. 영화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사회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경우 지배계층이 곤란해질 수 있다. 결국 대중영화의 파급력을 무서워 한 지배계층은 검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화보다 더 폭력적인 현실인 정치, 사회, 전쟁 등은 외면하고 '영화의 선정성'을 공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 영화 한 편에는 다양한 이데올로기들과 헤게모니들이 경합하고 있다. 내용과 형식 뿐만 아니라 제작시스템, 관련제도, 비평가의 목소리들, 대중의 취향 등이 서로 복합적으로 얽매이면서 영화는 탄생한다. 따라서 대중영화가 특정 집단이나 감독 개인, 혹은 특정 이데올로기에 극단적으로 종속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나름대로의 균형을 이끌어낸다.

대중영화가 사회적 갈등을 다루는 방식

  • 사회정치적 갈등: 신분의 차이로 갈등하는 남녀의 로맨스, 갱스터 영화에서 신분 상승을 노리는 인물, 50년대 공상과학영화에서 외계인(공산주의자)와 싸우는 이야기 등. 영화속에는 언제나 사회정치적 갈등이 걸려있다.
  • 방식1: 사회를 통합해내는 방식-가족의 재결합, 화해, 우정, 이성의 결합, 선(善)의 승리는 갈등을 사회적 통합으로 풀어나간다.
  • 방식2: 사회적 가치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전복하는 방식-공포영화(다 죽인다), 진실을 알리는 영화(용서받지 못한 자: 서부개척의 거짓과 야만을 폭로)는 기존 대중영화에서 사회적통합을 위해서 감춰진 이야기들을 끄집어낸다.

대중영화와 쾌락

  • 많은 쾌락적 대중영화는 현실에 대한 인식을 회피하고, 현실도피만을 조장한다? 고로 지배이데올로기에 대한 반발을 억제하는 수단이다? (예를 들면 한국의 3S 정책 중 Screen정책) 70,80년대 많은 사회문화학자들이 공감하고 비판한 내용이다. 필자도 어느 정도 공감한다.
  • 하지만 대중영화 속의 쾌락은 곧 대중이 원하는 '유토피아'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면 쾌락이 아예 제공되지 않는다. 한 마디로 대중적인 공감과 정서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멜로드라마의 싸구려 눈물도 현실의 모순을 카타르시스를 통해 정서적으로 해소한다(현실을 인정하고 순응하게 한다.)는 비판도 가능하지만, 현실을 넘어서려는 유토피아적 충동도 함께 내재하고 있다. 싸구려 멜로드라마라도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욕망을 성취하고 싶다는 강렬한 소망에 대중은 공감한다.
  • 대중영화가 제공하는 쾌락이 비록 상업적 미끼이거나 지배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려는 수단일 수도 있지만 대중이 수용하는 과정에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장르별 특징과 배경

멜로영화

  • 멜로영화와 사회: 멜로영화는 사회적 위기에 주목하고, 사회적 변화를 정서적으로 나타내 주었기 때문이다. 특정한 역사적, 사회적 조건 아래에서 일어나는 정서적인 욕구, 사회적 변동, 도덕적 혼란, 근대화와 도시화가 초래하는 변화와 같은 내용을 충분히 보여준다. 그래서 사회적 위기감이 고조될수록 멜로영화는 인기를 끌게 된다.
  • 멜로영화의 형식과 이데올로기: 멜로영화는 체제유지와 개인의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며 그것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실패와 무능력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런 멜로영화의 일정한 형식은 자본주의적,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모순과 이 모순 속에 억압된 욕망을 표출한다.
  • 90년대 후반 이후 한국 멜로영화: 70년대에 이어 한국멜로영화가 대중영화 중심에 놓이게 된 것이 90년대 후반이다. 편지, 약속, 남자의 향기,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이 그것이다. 그것은 97년 IMF외환위기 이후 불안정한 한국사회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경우 '무엇을 되돌리거나,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은' 모습을 보여준다. 97년 이후 '황금의 시대'가 지나가고, '극한의 시대'가 온 것을 본능적을 알고 있는 관객과 멜로영화에서 주인공이 뒤늦은 후회로 흘리는 눈물은 정서적 공감대가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97년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 치열한 경쟁체제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한국남자들의 모습은 멜로영화에서도 기존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과거 남성주인공은 여주인공의 고통의 원인을 제공하거나 가부장적인 체제와 사랑을 모두 이루기 위해서 고민하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제 남성들도 사회적으로 지위가 크게 약화됨에 따라 기존이 가부장적인 권위를 버리고 여성에게 순응하는 모습으로 다가가거나, 옛 사랑(혹은 어떤 위치)의 상실감으로 방황하는 모습을 드러낸다.(영화 접속). 그러나 한 번 상실한 무언가는 결코 되돌릴 수 없다. 따라서 90년대 후반 이후 멜로영화에서는 남성이 고통과 번민, 좌절과 아픔의 중심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공포영화

  • 오래된 괴물들: 뱀파이어와 프랑켄슈타인, 처녀귀신-어느 사회든 약자들에 대한 강압과 억압은 존재하기 나름이다. 이들 괴물들은 그 억압에서 고통받다가 극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뀌게 되고(인간에서 귀신이나 괴물로) 자신을 억압한 것에 대해서 공격한다.
  • 외계괴물: 냉전시대 공산주의를 나타낸다. 싸울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 10대를 노리는 괴물과 '여고괴담': 80년대 미국의 보수화 물결에서 보수적인 사회의 입장에서 10대들을 바라볼 때, 10대들은 마약과 섹스에 찌들린 난잡한 집단이다. 그래서 괴물들을 이용하여 이러한 10대들을 공격하고 '정화'한다. 한국에서는 80년대 사라졌던 공포영화가 '여괴괴담'으로 돌아왔다. (1996년) 하지만 한국에서는 살해당하는 10대들은 평범한 이들이다. 학교라는 억압된 공간의 억울한 희생자들이 바로 한국학생이라는 것이다. 즉, 미국의 보수적인 시각과는 반대되는 진보적 시각의 10대 살해 공포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 공포영화의 쾌락: 위반, 지배 이데올로기에 짓눌려 기어들어가기만 했던 목소리가 괴물과 귀신의 힘을 빌려 지배 이데올로기를 공격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공포영화의 쾌락구조이다.

갱스터 영화(조폭영화)

  • 어떤 사람이 외로이 도시 한복판에 떨어졌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치지만 그리 쉽지 않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손쉽게 성공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한다. 폭력과의 동거로 말이다. 하지만 결론은 온 몸에 총알구멍을 내면서 비극으로 끝난다. 시작부터 끝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위험한 도전과 좌절은 '수 십년 월급 모아야 아파트 한 채 겨우 살 수 있는' 소시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면서도 '결국에는 조용히 살아야 한다.'는 이상한 결말을 알려준다.
  • 한국의 갱스터 영화는 신의, 도덕, 의리에 초점을 맞추고 더 나아가 일본에 맞서 싸우는 김두한의 모습을 통해서 민족주의적 감성까지 실었다. 결국 신의, 도덕, 의리, 민족주의 등의 이데올로기를 폭력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관객들에게 각인시켜주는 것이 한국 갱스터 영화의 특징이다.
  • 90년대 후반 이후 한국의 갱스터 영화는 말랑말랑해져 그들의 무서운 외형과 어울리지 않는 바보스러움과 순진함은 그들의 '소시민'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리하여 관객과 웃음의 끈을 이어간다. 결국 대중은 극단적인 탈선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